• 은평구 22년째 지적도 행정 갈팡질팡, 주민들간 갈등만 부추겨
  • 은평구 지적재조사 특별법 있는데도 불구하고 22년째 분쟁만 초래
  • 신봉규 의원 “불광동 285번지 일대, 특별법 취지에 따라 구청이 현실경계로 지적 결정해야”

    김미경 구청장 “소송 중인 사안으로 소송결과에 따라 구청이 집행해야 할 상황”

                   좌) 김미경 은평구청장, 우) 신봉규 은평구의원

    은평구 불광동 한복판에서 지적도 측량이 잘못돼 이웃 간, 그리고 주민과 행정간의 소송 등의 분쟁이 22년째 벌어지고 있다.
     
    분쟁으로 인한 피해자는 은평구청의 원칙없는 행정에 대해 비판하며 문제해결을 호소하고 있다.

    이 문제를 두고 신봉규 은평구의원은(국민의힘,불광1·2동) 14일 열린 은평구의회 구정질문을 통해 지적재조사 특별법에 근거해 잘못된 지적도 측량을 바로잡을 것을 요구했으나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이에 대해 현재 행정소송 중인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지적재조사 특별법은 토지의 실제 현황과 일치하지 않는 지적 사항을 바로잡아 주민들에겐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국가는 국토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불부합지 없다’는 잘못된 보고에서 분쟁 씨앗 생겨 

    서울시는 지난 1984년부터 지적불부합지 정비사업을 추진했다. 지적도란 필지별로 토지의 경계를 구분하기 위해 국가에서 만든 평면 지도인데 우리나라 지적도는 110여년 전 일제가 식민지 정책으로 추진한 조선토지조사사업에 의해 작성되었다. 

    마모나 훼손 등이 많은 옛 지적도에 기반하다보니 이를 바탕으로 재작성된 지적도는 사실경계와 지적도가 일치하지 않는 이른바 ‘지적불부합지’ 문제기 생기고 있다. 

    특히 시민들은 지적 문제와 결부되어 토지와 건물 등 재산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에 따른 소송 비용이 연간 4천억원에 이르고 있다고 조사됐다.

    같은 이유로 지난 20년 넘게 분쟁 중인 은평구 불광동 285-30번지(A)와 285-31번지(B)도 주변 토지와 함께 나란히 3m정도 밀려있는 실정이기에 1984년부터 서울시의 지적불부합지 정비사업에 포함됐다. 

    그렇지만 2004년 4월 은평구청의 지적 담당자는 ‘불부합지가 없다’는 내용으로 서울시에 보고하게 되면서 분쟁이 현재까지 이어지게 됐다. 

    현재까지도 이 당시 담당자가 왜 이 같은 보고를 했는지 알 수 없어 토지 소유 당사자들끼리만 분쟁이 이어져오고 있다.

    지적공부상 경계와 현실경계가 맞지 않아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불광동의 2개 필지는 지적불부합으로 인해 지적공부상 경계와 현실경계가 맞지 않게 되어 한 건물이 다른 건물을 침범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적공부상으로만 보면 A 건물은 B토지를 3m 침범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로인해 B건물주는 A건물이 자신의 땅을 침범하고 있다며 2009년에 첫 민사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당시 이 소송은 대법원까지 이르게 되는데 대법원은 지적불부합된 지적도를 증거로 인정하게 되다보니 A건물이 B건물을 침범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서 B건물주의 손을 들어주게 되었다. 
    이 결정에 따라 A건물주는 건물 일부를 철거하기에 이르렀다.

    “잘못된 지적 바로 잡자”⋯2017년 지적재조사사업 실시 

               파란선은 현재 지적도, 빨간색은 현재 건물 위치. 
               지적불부합으로 인해 지적도가 건물에 걸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경계결정심의위원회 오락가락 결정에 주민들 구청에 행정소송 제기 

    지적불부합으로 인해 벌어지는 A와 B 갈등은 소송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2017년 김우영 전 은평구청장은 이 분쟁을 두고 “억울한 사람 없도록 하자”고 지시하면서 지적재조사 특별법에 근거한 ‘불광동 제5차 지적재조사사업’이 시작됐다. 

    2019년에 마무리된 이 사업에선 새롭게 경계를 측량했는데 그 결과 현실경계와 일치하는 임시경계의 지적도가 만들어졌다. 현실경계와 일치하는 이 지적도는 은평구청이 검토하여 은평구 경계결정심의위원회에 제출됐고 심의회는 불광동 285번지 일대 토지 관계자 등에게 의견을 청취했다. 
    이중 B는 이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게 되었는데 여기서 심의회는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된다.

    현실경계와 일치하는 첫번째 지적 임시결정과 다르게 심의회는 두번째 결정에서 ‘A건물 계단 중앙을 경계로 하자’는 결정을 내렸다. 

    여기에 대해서는 A와 B 건물주 모두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정이어서 양측은 모두 은평구청에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소송 결과 법원은 “계단 중앙으로 경계를 정한 것은 잘못”이라는 1심 판결이 나왔고, 구청은 항소했으나 고등법원에선 이를 기각했다.

    그리고 이어진 경계결정심의위원회의 3차 결정에선 기존 지적불부합 지적도처럼 A건물이 B건물에 3m 걸리는 경계를 하는 것으로 다시 결정을 번복했다. 

    지적재조사 특별법의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한 이 결정에 대해 A건물주는 “이럴바엔 왜 지적재조사사업을 했으며, 경계는 특별법에 따라 현실경계로 정하면 될 것을 왜 오락가락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비판했다.

    신봉규 의원 “특별법에 따른 공정한 행정 집행 필요” 

    은평구청 “현재 행정소송중이기 때문에 당장 할 수 있는 것 없어”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신봉규 의원은 은평구의회 구정질문을 통해 지적재조사 특별법의 취지를 잘 살리고 일관성 있는 행정집행을 강력히 촉구했다. 

    신봉규 의원은 “지적은 국가가 행하는 지적사무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사업의 오류로 발생해 분쟁이 일어난 만큼 행정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집행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결정을 계속해서 바꾸 결정은 일관된 행정이 아니고 지적재조사를 실시한 이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지적재조사 특별법은 토지의 현실경계와 어긋나면서 생기는 문제이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률로 이 법 취지에 따라 손해보는 주민이 없도록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특히 신봉규 의원은 지적재조사 실시에 따른 기대효과인 △국토의 효율적 관리 △국민의 재산권 보호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 △토지가치 상승에 기여 등을 언급하며 마지막으로 구청이 결정내린 사항이 기대효과 중 어떤 사항에 해당되는지에 대해 물었다.

    이에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경계결정위원회는 경계 미약정 토지의 경계를 결정하기 위해서 7차례 회의를 진행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토지 소유자들 간에 합법적이며 합리적인 경계 결정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현재 소송 중이며 소송결과를 갖고 구청이 집행 해야 될 상황이기 때문에 구청에선 다른 것들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답변했다.
  • 글쓴날 : [23-07-03 04:24]
    • 김재근 기자[ara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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